가지가 아니라 아예 몸통이 붙은 나무

매끈한 나무가 거친 나무를 안은 형상

"완벽한 연리목" 흥분 속에 찾아갔으나 …

　천만 그루 중에 오직 한 쌍만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희귀한 `사랑나무'라는 연리지(連理枝). 그 연리지보다 더

희귀하고 상스럽다는 연리목(連理木).

그 연리목이 어린이대공원 산책로에서 발견됐다는 제보가

본지에 접수됐다.

　제보자는 부산진문화원 어르신 문화학교 사진교실

강사인 이순희씨와 수강생인 조예원옹.

이들은 연리목으로 보이는 사진 4장을 들고 구청을 찾아왔다.

　사진을 살펴본 결과 서로 다른 종류로 보이는 나무 두 그루가

몸통부터 붙어 있었고, 각자의 몸통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서로를

감싸 안으며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모양이었다.(사진)

　이 나무는 성지곡수원지 수변공원에서 오른쪽 방향의

쉼터 근처 산책로에서 발견됐다. 큰 나무는 소나무처럼 표면이

거칠었고, 붙어 있는 다른 나무는 표면이 매끈했다.

마치 여자가 남자의 목을 끌어안은 듯,

매끈한 나무가 거친 나무를 가지로 휘감으며 안고 있는

형상이었다. 나무 종류를 알아내고 연리목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진 4장을 스캔, 이미지파일로 만들어 부산의 몇몇 수목원으로

 전송했다.

　수목원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사진상으로는 판별이 불가능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언뜻 사진상으로 보면 연리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떤 전문가는 "수피(나무껍질)를 보면 한쪽 나무는 소나무

계열이고 다른 나무는 때죽나무 계열인 듯 하다"고 답했다.

 "가지가 붙어 있으면 연리지고, 몸통이 붙어 있으면 연리목인데

 이 나무가 연리목이 맞다면 대단한 가치를 지닌다"며

나무의 소재지를 물어오기도 했다.

　연리목과 연리지는 부부 간의 금슬이나 남녀간의 애정이 깊음을

 비유한다. 국내에서 발견된 연리지는 사랑이 이루어지길 기원하

는 명소가 된다.

　성지곡에서 발견된 이 나무가 연리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몸통이 붙은 연리목으로 판별되면 이 일대는 전국을 대표하

는 사랑의 명소가 될 전망이어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본지는 구청 내 수목전문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제보자들과 함께 현장 확인에 나섰다. 구청 전문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같은 종류의 나무끼리 가지가 붙어 연리지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리목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발견된 연리목도 자세히 보면 그냥 몸이 섞여 있지 않고 얹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즉, 붙어 있되 몸은 따로따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른 종류의 이 나무들이 아예 한 몸이 되어

있는 연리목이라면 매우 가치있고 상서로운 나무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현장을 찾아 나무를 찬찬히 살펴본 전문가의 입에서

 `날벼락' 같은 말이 떨어졌다.

 "아, 이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나무가 아니라 같은 한 나무입니다."

　전문가 판별 결과 `연리목'은 두 나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나무라는 것. 매끈한 몸통과 가지들은 거친 표면의 몸통과

가지들보다 훨씬 뒤에 형성된 것으로서, 현재는 매끈해 보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나무 표면이 똑같이 거칠어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성지곡수원지에서 발견된 `연리목'은 부푼 꿈을 산산조각 낸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